여행 9일차인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괜시리 사람마음을 설레게 하는 날인 것 같다. 오늘은 리스본에 왔다면 꼭 가야할 벨렝지구를 탐험했다. 벨렝 지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꼭 먹어봐야 한다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팔고 있는 원조 에그타르트 가게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eis de Belem)' 을 방문하였다. 그 외에도 대항해시대의 찬란했던 해상왕국 포르투갈의 흔적이 있었다.
우선 벨렝지구로 이동했다. 벨렝지구는 호시우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한다. 호시우 광장에서 714번 버스나 트램을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그렇게 벨렝 지구로 이동 후 내가 첫 번째로 간 곳은 바로 에그타르트의 원조이자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팔고 있다는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eis de Belem)' 을 방문했다.
이 가게는 제로니무스 수도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아침 일찍 방문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게답게 포장해가려는 줄이 가득했다. 방문했다면 밖에 긴 줄이 보일건데 이건 포장 줄이다. 안에서 먹고 싶은 사람들은 안이 생각보다 넓으므로 그냥 줄을 헤쳐서 들어간 다음 빈 자리에 앉으면 된다.
어쩌다가 이 가게가 에그타르트를 처음 만들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옆에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관련 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수녀들이 옷에 풀을 먹이기 위하여(빳빳해지게 하기 위해)달걀의 흰자를 이용했는데, 이 때 남은 노른자들을 버리기는 아까워서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금의 에그타르트 레시피를 발명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수도원이 문을 닫고 이 가게가 수녀들의 에그타르트 비법을 전수 받아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법은 기밀 사항이며 현재까지 대대로 물려져 오고 있다고 한다.
나는 딱히 포장해 가서 먹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안은 생각보다 넓고 자리도 꽤 많았다. 아침 일찍임에도 거의 만석이였는데, 점심에는 정말 꽉차있을 것 같은 느낌이였다. 나는 에그타르트 3개와 오렌지 카스테라, 에스프레소 1잔을 주문했다. 가격은 에그타르트 1개에 1.15 유로, 카스테라는 1.5유로, 에스프레소 0.8유로다.
주문하고 나서 한 10분정도 기다리니 나왔다. 생각보다 얼마 안 걸려 나와서 좀 놀랬다. 일단 에그타르트 먼저 맛을 보기로 했다.
WOW~~!!!, 개인적으로 여행할 때 마다 유명하다는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가면 맛은 있으나, 기대했던 것 만큼은 아니여서 실망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 집은 정말 실망시키지 않았다. 빵을 그렇게 즐겨먹지 않지만 내가 먹어봤던 에그타르트 중에 정말 제일 맛있었다. 크림과 함께 주변의 바삭한 페스트리들이 정말 조화가 잘맞았다. 특히 갓 구워서 그런지 안에 있는 크림도 따끈하고 정성이 느껴지는 빵이랄까..???
아무튼 그렇게 혼자서 내적환호를 외치면서 먹었다. 리스본에 간다면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거 하나만으로도 리스본에 올 이유가 충분히 완성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걸 1.15유로에 판다는게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오렌지 카스테라는 카스테라라기 보다는 식감이 오믈렛과 비슷했다. 오믈렛인데 단 맛과 오렌지의 상큼함이 느껴지는 맛이다. 나쁘지 않게 먹었다. 사실 이 빵 외에도 여러 가지 빵이 더 판매되고 있으니 에그타르트와 함께 먹어보길 권한다.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먹고 기분 좋게 벨렝 지구 탐방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바로 옆에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이다.
티켓을 사려고 했는데 수도원 내부는 문을 열지 않았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 때 모든 가게가 문열고 장사하는데 여기는 정반대다. 정말 쉬는 곳이 많다. 심지어, 유명 관광지도 이렇게 쉰다. 그래도, 원래 무료입장인 성당은 개방해줘서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
성당 안에는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의 전성기를 이끌고, 인도로 가는 항로를 최초로 발견한 '바스코 다 가마' 의 석관과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카몽이스' 의 석관이 있다. 문학적 소양이 높지 않아서 카몽이스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바스코 다 가마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특히, 포르투갈 자체도 이 바스코 다 가마를 굉장히 국가적인 위인으로 평가하는지 포르투갈의 웬만한 조각에는 이 사람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순신 장군님과 세종대왕님 같은 위치(?) 인 것 같았다.
드디어 성당 안으로 입장했다. 유럽여행을 다른 말로 성당 여행이라고 하는 데, 그만큼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성당들이 많고 각 도시의 주요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도 많은 성당을 가서 성당내부만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까지도 알게 되었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예수의 탄생과 수난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석관이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카몽이스' 의 석관이다. 포르투갈의 국민적인 시인이라고 한다. 다만, 내가 문학적 소양이 없어서 이 사람의 작품을 하나도 몰라서 크게 감흥있게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조금 반성)
그리고 이 석관이 바로 바스코 다 가마의 석관이다. 대항해시대 최초로 인도로 가는 항로를 발견한 사람이자, 포르투갈이 대항해시대 해상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게 해준 인물이다. 물론, 인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시작이였겠지만 포르투갈은 이 때가 남부럽지 않은 국가의 최고 전성기 였다. 스페인의 콜럼버스에 대한 처우와 달리 포르투갈은 이 사람의 업적을 높게 평가해 주는 것 같다. 문이나 어떤 기념비를 가도 항상 이 사람이 단골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조각된 누워 있는 모습에서도 쓰고 있는 저 모자가 포인트지 않을 까 싶다. 왜냐하면 항상 볼 때 마다 저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여서 그런지 이곳에도 예수의 탄생을 표현한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원래는 수도원 안 까지 구경하는게 목표였으나, 수도원은 닫은 상태라 일정이 붕 떠서 성당안에서 무엇을 할 지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수도원 옆에 '대항해 시대 박물관' 이 있다고 하여 찾아 갔다.
이 박물관은 포르투갈의 찬란했던 대항해시대의 모습과 그 당시 유럽의 항로 개척과정 그리고 사용했던 배를 볼 수 있었다. 구성은 생각보다 알차게 되어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느낀 후기는 우리나라에서 한 때 유행했던 게임 '대항해 시대' 의 팬이라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장소였다. 실제로 그 때 쓰였던 배들을 전시해놓기도 했고, 그 때 포르투갈의 해군이 입던 군복들도 모두 전시되어 있었다. 아마 대항해시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좋아할 만한 곳이고 딱히,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유럽의 해상 진출 역사나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하는 사람들은 생략해도 될 것 같다.
이렇게 당시 쓰였던 배들이 전시되어 있다. 배마다의 용도도 군함, 무역선, 해적선 등 다양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도 어김없이 만난 바스코 다 가마>
| 맨 왼쪽의 사진이 바로 대항해시대 포르투갈 해군의 군복이다. 그리고 중간과 오른쪽에 있는 방은 각각 왕실이 타던 배에 있던 왕의 방(중간), 왕비의 방(오른쪽)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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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발견의 탑으로 걸어갔다. 벨렘 지구는 발견의 탑 앞에 있는 타구스 강변을 산책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이 날은 날씨도 좋아서 마치 해변을 걷는 것 처럼 타구스 강변을 산책했다. 세계 여러곳에서 온 관광객들도, 현지인들도 이 곳을 사랑하고 힐링받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발견의 탑 앞에 있는 공원에 있는 분수대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현장감과 분위기의 웅장함이 있다.
저 멀리 4월 25일 다리가 보인다. 그리고 요트 클럽이 있었다. 정말 많은 요트들이 강변에 가지런히 주차(?)되어 있었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저런 개인요트 갖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순간이였다.(ㅠㅠ)
그리고 벨렘지구에서 볼 수 있는 발견 기념비(왼쪽)와 벨렘 탑(오른쪽) 이다. 발견 기념비는 실제로 보면 그 모양이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다. 발견 기념비에는 대항해시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모두 조각되어 있다. 대표적인 인물들을 소개하자면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마젤란과 빠지면 섭섭한 바스코 다 가마,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의 왕 아폰수 5세 그리고 맨 앞에는 엔티크 왕자가 있다.
벨렘 탑은 옛날에 강을 감시하던 초소였다. 그리고 이 곳 지하에는 죄수들을 수감했다고 한다. 지하는 밀물 때에는 물이 사람 키의 반정도까지 차오른다고 한다. 이 곳을 옛날 감옥으로 썼다고 하니, 정말 반성을 뉘우치게 하는 최고의 감옥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벨렘지구를 산책하며 잠시 강변에 앉아 나도 그들처럼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사색에 빠졌다. 스페인에서는 내가 보고 싶었던 관광지들을 찾아 다니며 바쁘게 움직였다면 포르투갈은 여유를 느끼고 그저 바라보는 자체만으로 힐링이되는 휴양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여행했다.